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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료하다 느낄 시점에서 뭔가를 제작하며 활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펀딩에 참여하였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무언가에 열심히 집중하며 저만의 시간을 보낸 것 같고요. 가죽이라 비교적 뻑뻑한 느낌에 바느질이 쉽지 않아 제작하는 내내 손이 아팠지만 결국 한 땀 한 땀 느릿하게 바느질한 결과물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았고, 토코놀을 바르는 과정에선 천천히 신중하게 덧칠하는 작업을 해야 했기에 인내심이 필요했으나 결국 말끔히 말라 매끈하고 단단하게 코팅이 된 것을 보니 괜스레 뿌듯하더라고요. 에이징이 많이 진행된 황동을 보자니 사포질을 하는 과정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특히 심했던 일자가 새겨진 황동은 해체가 불가능하여 가죽에 최대한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조심스레 사포질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공을 들이다 보니 슬슬 레몬색을 띠기 시작하여 전체적으로 구색을 갖춰 가는 모습에 쾌감도 들고 성취감도 올라오는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다 만들고 나니 어느새 시간도 훌쩍 지나 있었고 배가 고픈 줄도 잊은 채 만들어 낸 결과물이 꽤 마음에 들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빈티지한 것들을 좋아하여 그런 느낌을 원했는데 에이징이 적당히 진행된 가죽의 상태도 마음에 들고, 어느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일력을 지니고 다닌다는 그 의미가 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제겐 여러모로 의미 있었던 이 순간이 일력에 제일 먼저 기록되어 되어 기쁘고요. 평생 잘 간직할게요. 좋은 경험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